위키
source : https://ko.m.wikipedia.org/wiki/%EC%B9%A8%EB%AC%B5%EC%9D%98_%EB%B4%84
침묵의 봄(Silent Spring)은 1962년 레이첼 카슨이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살포된 살충제나 제초제로 사용된 유독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쓴 책으로, 환경운동이 서양에서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된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하여 1963년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문제를 다룬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고, 이에 1969년 미국의회는 DDT가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증거를 발표하였으며, 1972년 미국 EPA(미 환경부)는 DDT의 사용을 금지하게 되었다.
이 책은 레이철 카슨이 《뉴요커》라는 잡지에 투고한 내용을 묶어서 책으로 편찬한 것이다. 이 책은 DDT나, BHC같은 유기염소계 농약에 대한 생물학적 피해를 설명해놓은 책으로서, 이런 "유독물질의 사용을 줄여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예시들을 통해서 이런 농약들이 우리 인체에 어떤 해를 주느냐, 그리고 자연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이런 농약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자연적인 방법과,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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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감상문
source:
https://book.skku.edu/%EC%B9%A8%EB%AC%B5%EC%9D%98-%EB%B4%84-134/
20세기 환경 책의 고전이라 불리는 이 책은 급속한 산업화 시대에 사람들이 놓치고 있던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친절하고 낱낱이 일깨워주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름은 익히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책이었지만 왠지 읽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독후감 과제를 계기로 공부하게 되어 좋았다. 레이첼 카슨이 문학을 좋아했던 만큼 보통 사람들이 읽기 쉽게 잘 풀어 썼다고 하던데 솔직히 번역체가 강하게 느껴져서 독해가 수월하진 않았다. 그리고 어려운 화학 용어들이 많이 쓰여져 있어 하나하나 집중하면서 모든 걸 이해하기보단 큰 흐름과 주제의식을 위주로 내용을 파악했다. 줄거리를 나만의 방법으로 요약하자면 1950년대의 서구는 그야말로 살충제, 제초제 등이 인체에 그리고 자연에 미치는 영향에 너무나도 관대하고 무지했다. 대표적인 예로 DDT가 있는데 이는 유기 염소계 화합물의 대표 격으로 주로 농약으로 쓰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피난민, 군인, 전쟁포로의 몸에 있는 이를 박멸하기 위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DDT의 축적은 아주 적은 양에서 시작해 상당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체내의 지방이 생물학적 증폭기 구실을 하기 때문에 극소량이라 해도 인체 내 큰 변화를 일으킨다. 신경계 손상,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지어 암으로도 발전 가능하다. 이 책에 따르면 ‘독소는 몸 속에 잠복해 있다가 몇 개월 또는 몇 년 후 에야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그 원인을 추적하기조차 힘들어진다. 적절한 의료 처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아무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이라고 한다.
DDD는 DDT의 사촌 격인 물질인데 호숫가의 각다귀를 박멸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DDD를 7000만 분의 1로 희석시켜 호수에 살포하자 호수 자체에는 0.02ppm이란 수치를 보였지만, 플랑크톤은 5ppm, 물고기는 300ppm, 메기는 2500ppm, 논병아리는 16000ppm 수치를 보여 자연적인 먹이사슬을 통한 화학물질의 폭발적 축적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확실하고 손쉬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 더 큰문제를 불러온 경우이다. 아무 설명이나 이해 없이 살충제를 투여한 결과, 호수에서 식량과 식수를 공급받는 사람들을 위험으로 몰아가는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엔드린이란 물질을 살충제로 썼을 당시 어떤 미국인 부부가 바퀴벌레를 박멸하기 위해 사용했는데 바닥청소와 환기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있던 강아지와 아기가 구토증세를 보이다 사망하고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카슨은 독성 물질을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은 정부와 사회의 문제를 지적했다. 유해화학물질의 악영향에 관한 예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살충제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알드린은 DDT보다 100배나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데, 미국에서 왜콩풍뎅이를 박멸하기 위해 물질의 유무해성을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살포한 결과 살충제 중독에 걸린 새들이 죽어갔으며 그 지역의 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병에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 위생국 책임자가 “알드린은 인체에 무해합니다.”라고 발표한 것은 20세기 과학(화학)만능주의에 휩싸였던 미국의 모습을 드러낸다.
레이철 카슨은 이러한 인간 종의 실태를 보고 이탈리아 보르자 가문에 초대된 손님에 비유했는데 죽음을 앞에 두고 만찬을 즐기는 모습이 맹독성 물질이 주변에 널려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지내는 어리석은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녀는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다며 “인간의 의지”를 강조했다. 살충제는 인간의 손 안에 있기 때문에 통제가 가능하며 우리가 잘 다루기만 하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대안으로 천적을 이용하는 자연방제법과 목표로 한 곤충만 박멸할 수 있는 안전한 물질의 사용을 제안했다.
“노래하던 새들은 갑작스럽게 사라졌고, 그들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던 화려한 생기와 아름다움과 감흥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너무도 빨리 사라져버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이다. 자만심이 자리 잡을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침묵의 봄 中
이 책을 통해 당시 미국 사회는 '환경'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레이철 카슨은 화학 관련 대기업들과 언론에서 전쟁을 벌이고 마침내 승리하면서 환경보호 운동이란 분야를 탄생시켰다. 최초로 환경 운동가라는 직업과 환경 단체가 생겨나고 환경 보호법이 국제 표준이 되었다. '세계를 대표하는 100인의 석학들이 뽑은 20세기를 움직인 10권' 중 4위에 선정되었으며 한 개인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레이철 카슨이란 사람 자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진리의 발견' 책도 찾아 읽어보았다. 카슨은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굉장히 많으며 학구열이 높은 사람이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전 세대의 뛰어난 석학들의 진리를 탐독하길 좋아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11세에 <구름 속의 전투>라는 제목의 단편 소설을 발표해 이미 작가가 되었던 것이다. 문학과 생물학을 좋아했던 카슨은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무언가 쓸 거리가 생겼어.”라고 말하며 문학과 과학을 교차시킨 세기의 저서를 써낸다.
그녀의 삶에 관해 찾아보면서 내가 가장 눈여겨 본 점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을 항상 가까이 하며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로가 쓴 에세이를 묶은 책 '월든'을 찾아보았다. 소로는 톨스토이와 간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무소유의 개념을 대중화시킨 법정스님 등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준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학자이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월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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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쓰여진 사회문화적 배경과 이 책에 대한 평가를 더 찾아보았는데,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만큼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도 꽤 보였다. 나무위키에서 침묵의 봄을 치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DDT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자 아프리카나 중동, 동남아시아 지역 등에서 말라리아나 발진티푸스에 걸린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또 DDT가 인간에게 암을 유발시킨 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고, 수십년 동안 독성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반박은 동아일보 “'침묵의 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사설칼럼에서 찾을 수 있었다. DDT를 금지한 것은 미국이었지, 열대 지역의 저개발 국가가 아니었다. DDT의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든 것은 그것을 금지해서가 아니라 그 효용이 떨어졌기 때문인데,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모기에게 DDT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살충제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2005년 의학저널 '랜싯'에 나온 한 논문을 통해 증명되었는데, 이 연구는 DDT가 조산, 저체중아 출산, 유아 사망 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주장했다. 또한 2007년 출판된 다른 논문은 DDT에 노출되었을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다른 여성들에 비해 5배나 높다는 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카슨의 주장이 과학적으로도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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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침묵의 봄>을 읽고 또 다른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단순히 책 내용만을 접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선과 역사적 배경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자취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세탁을 하거나 청소를 할 때에도 어려운 화학 용어(염소계 표백제, 과탄산 소다)가 나오면 머리가 아픈 나이지만, 생활 속에서 접하는 화학 제품들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관련 책 <매일매일 유해화학물질>을 읽고 더 생활밀착형 공부를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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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문:
https://www.google.com/am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07/2012010700030.html%3foutputType=amp
[나] 40년간 칭송받고 10년간 비난받은 책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 번역본이 다시 나왔다. 발간 50주년 기념이다. 살충제의 생태 영향에 관한 연구결과를 집대성한 내용인데, DDT에 가장 많은 양을 할애했다. 20세기 후반 40년간 환경 분야의 시대정신으로 군림했다고 봐도 좋을 책이다.
'침묵의 봄'은 인공 화학물질이 갖는 ①내성(耐性)과 ②농축(濃縮)의 두 현상을 부각시켜 설명했다. 해충에 살충제를 뿌리면 다 죽는 게 아니라 극히 일부라도 살아남아 빈 생태공간을 채워버린다. 돌연변이로 살충제에 저항성을 갖게 된 놈들이다. 이것들을 제거하려고 더 독성이 강한 살충제를 뿌려 보지만 해충과의 전쟁에서 인간은 '짧은 승리' 뒤에 '궁극적 패배'를 할 수밖에 없다. 카슨은 한국전 때 군인들에게 5% 농도의 DDT를 뿌렸는데 이(蝨)가 되레 많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하고 있다.
DDT 같은 유기염소계 물질은 좀체 분해되지 않아 살충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런 물질은 먹이사슬을 타고 올라가면서 농축된다는 점이다. 1949년부터 캘리포니아 어느 호수에서 각다귀 퇴치를 위해 DDT의 사촌쯤 되는 DDD를 최대 0.02ppm 농도로 뿌렸는데 농병아리들이 떼죽음했다. 조사해봤더니 호수의 플랑크톤에선 5ppm,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작은 물고기에서 40~300ppm,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농병아리와 메기에선 각각 1600ppm과 2500ppm이 검출됐다.
'침묵의 봄'에 담긴 핵심 메시지는 '자연은 원래 아름답고 순수하고 조화로운 것인데 사람이 손을 대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 이후 환경운동 주류는 이런 '오염 패러다임'이 지배해왔다. 폴 에를리히의 '인구폭탄(Population Bomb·1968)',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1972)' 같은 저작들이 카슨의 '환경주의(environmentalism) 세계관'을 이어받고 있다. 지구 온난화론(論)도 인간 욕망을 억제해야 지구가 산다는 흐름의 관점을 공유한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침묵의 봄'에 대한 다른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우파 싱크탱크인 기업경쟁연구소(CEI)가 개설한 '카슨은 틀렸다(http://rachelwaswrong.org)'라는 사이트는 첫 페이지에 '오늘날 전 세계 수백만 명이 말라리아에 의해 치명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바로 한 사람이 잘못된 경고(false alarm)를 울렸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레이첼 카슨이다'라는 글을 싣고 있다. 2004년 뉴욕타임스는 'What the world needs is DDT'라는 글에서 '카슨의 쓰레기 과학(junk science)이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리랑카는 1948년만 해도 말라리아 환자가 연간 280만명 발생했다. 그러던 것이 DDT가 뿌려지면서 1962~64년엔 발병 건수가 31~150명에 그쳤다. 그러나 1964년 DDT를 금지시킨 후 환자가 1968년 100만명, 1969년 250만명으로 늘었다. 그래서 어떤 블로그는 카슨이 나치보다도 많은 사람을 죽인 셈이라며 카슨을 히틀러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녹색 테러(green terror)'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농약이 없다면 작물의 3분의 1은 해충이 먹어 치울 것이다.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농지를 더 늘려야 한다. 산을 깎아낼 수밖에 없다. 전국 구석구석 경사도가 낮은 산지는 상당부분 논밭으로 개간돼야 한다. 생태환경은 망가지고 말 것이다. 농약은 생태를 파괴하는 측면도 있지만 어떤 의미에선 생태를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
카슨에 대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선지자였다'는 평가와 '결과적으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설익은 과학자였다'는 시각이 함께 존재한다. 인간의 간섭이 생태 위기를 초래한다는 관점과 과학기술에 의존해야 생태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는 관점 사이엔 넘기 힘든 장벽이 있어 보인다. 과학문명을 한계(limit)로 인식할 것인가 가능성(possibility)으로 파악할 것인가. 지금의 환경운동이 부닥쳐 있는 딜레마에도 시사점을 주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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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
source :
https://www.google.com/amp/s/www.donga.com/news/amp/all/20121108/50695929/1
[동아광장/홍성욱]‘침묵의 봄’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필자는 올해 이 난의 첫 칼럼을 레이철 카슨과 토머스 쿤으로 시작했다. 환경과 과학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 ‘침묵의 봄’과 ‘과학혁명의 구조’가 딱 50년 전인 1962년에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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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침묵의 봄’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필자는 올해 이 난의 첫 칼럼을 레이철 카슨과 토머스 쿤으로 시작했다. 환경과 과학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 ‘침묵의 봄’과 ‘과학혁명의 구조’가 딱 50년 전인 1962년에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침묵의 봄’은 살충제 DDT가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생명체에 축적되면서 환경에 미칠 수 있는 끔찍한 영향을 경고한 책으로 DDT의 금지라는 정부의 규제를 이끌어 냈고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DDT의 발명자 파울 뮐러는 1948년에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고, 당시 DDT는 마법 같은 과학의 성과로 간주되고 있었다. 카슨이 DDT를 비판하자 이를 만들던 화학회사들은 출판사를 고소하겠다며 엄포를 놓았고, 과학자들 중에서도 카슨이 화학이나 농학을 공부하지 않은 비전문가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렇지만 DDT의 위험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은 미국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는 여러 정보를 수합하고 평가한 뒤에 살충제 사용을 제한하는 행동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많은 논의 끝에 미 연방정부는 1972년에 DDT를 금지했다.
근거없는 주장으로 사람들 현혹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평가와는 너무나도 다른,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카슨의 ‘침묵의 봄’이 DDT를 금지시킴으로써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국에서 말라리아가 창궐했고, 결과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책은 환경을 구했을지는 모르지만, 과학을 무시한 대가로 사람을 희생시켰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DDT를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외친다. 심지어 카슨이 히틀러나 스탈린보다도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선정적인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이런 평가에는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DDT를 금지한 것은 미국이었지, 열대 지역의 저개발 국가가 아니었다. 열대 지역의 많은 저개발 국가에서 DDT는 계속 합법적으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DDT의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든 것은 그것을 금지해서가 아니라 그 효용이 떨어졌기 때문인데,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모기에게 DDT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DDT를 넓은 지역에 살포해서 모기를 죽이면, 내성을 가진 소수의 모기가 그 다음 해에 번식하고 이때는 DDT를 더 강하게 살포해야 한다. 이렇게 몇 년만 지나면 아무리 강한 살충제를 써도 잘 죽지 않는 모기가 창궐한다. 스리랑카가 말라리아 박멸에 실패한 것은 DDT를 금지해서가 아니라 모기가 내성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카슨 죽이기’의 근원지는 미국이다. 1990년대에 미국의 ‘건전과학진흥연맹’의 스티븐 밀로이는 DDT 금지가 수백만 명을 죽였다는 얘기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밀로이와 ‘건전과학진흥연맹’은 담배회사에서 지원을 받아 담배가 폐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구 온난화를 ‘사기극’이라고 부정하며, 산성비와 오존홀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쓰레기 과학(정크 사이언스)’이라고 비난한다.
카슨을 공격한 과학자 딕시 레이는 오존홀을 부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우파단체인 경쟁기업연구소는 카슨이 틀렸다고 주장한 사람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밀었고, 미국기업연구소는 카슨을 비난한 마이클 크라이턴의 작품을 선전했다. 카슨을 공격하는 또 다른 연구소인 하트랜드연구소는 지구 온난화를 집요하게 공격한다. 이들은 과학기술이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시장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며, 환경이나 건강을 고려한 정부의 규제는 무조건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침묵의 봄’은 생태계를 무시하고 과학기술을 오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를 일깨워 줌으로써, 사람들이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게 만든 ‘혁명적인’ 책이었다. 그녀는 살충제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주 제한된 얘기만을 했지만, 2005년 의학저널 ‘랜싯’에 나온 한 논문은 DDT가 조산, 저체중아 출산, 유아 사망 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으며, 2007년에 출판된 다른 논문은 1940, 50년대에 DDT에 노출되었을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다른 여성들에 비해 5배 높다는 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환경에 미친 피해가 인간에게까지 이를 수 있다는 카슨의 주장이 과학적으로도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균형감 갖고 차분히 따져봐야
‘카슨 죽이기’ 캠페인처럼 근거 없는 엉터리 주장도 ‘과학’의 외피를 쓰고 등장했을 때 그럴듯하게 보이면서 사람들을 현혹할 수 있다. 지난 몇 년을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과학’의 이름으로 맹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균형감을 가지고 여러 주장의 근거를 차분하게 따져보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과학적 사고이자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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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다음 질문에 대하여 1200자 내외로 논하라.
<지문>
케모포비아(Chemophobia)는 화학물질에 대한 혐오증을 뜻하는 신조어로, 화학을 의미하는 '케미컬(chemical)'과 혐오를 뜻하는 '포비아(phobia)'가 합쳐진 말이다. 생필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인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 비롯된 심리적 현상으로,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어 있다.
불산 유출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살충제 계란, 생리대 발암물질, 침대 라돈 검출 등 여러 생필품, 먹거리에서 유해 화학 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이 사건들이 정부, 기업의 감시와 자율 안전 정책의 우발적, 예외적 사건으로 보며 기존의 시스템이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해당 결과가 당사자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현실은 소비자로서 과연 무엇이 옳은 선택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생필품이나 식료품에 사용된 화학물질의 사례를 조사해보고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논하라. (위에 제시된 글 외의 다른 자료를 근거로 삼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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